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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북미 핵대결의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by 이한길 posted Apr 15, 2013
북미 핵대결의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 새로운 대결 국면에서의 반전 평화 투쟁 과제 -

대량보복전략에서 유연대응전략까지, 냉전시기 군사전략을 총동원하는 미국

한국 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라 불리는 이번 북미 대결의 본질은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의 이번 전면적 대공세는 자신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존중받고 그 지위에 맞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그같은 요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군사적 처지에 내몰려 있다.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북한과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는 미국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현 정세의 본질이며, 북미 간의 입장 차이는 어느 한쪽이 항복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해소될 수 없다는 점에서 현 정세의 엄중성이 있다.
특히 한미 연합 훈련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미국의 군사적 대응은 1950년대 대량보복전략을 연상케 하였다. 1954년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대량보복전략이라는 핵전략을 채택했다. 공산권의 강력한 지상군을 상대하기 위해 단순한 지역방위만으로는 부족하며, 강력한 핵무기로 즉각적인 대량보복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량보복 타격의 핵심전력이 전략폭격기였다.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폭격기를 투입하여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 국가들에게 무차별적인 핵공격을 감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대량보복 전략은 1960년대 유연대응전략으로 대체되었다. 50년대의 대량보복 전략이 전면핵전쟁으로 비화되고 그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오자 미국은 대량보복 전략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유연대응 전략인데, 이것은 전쟁이 발생했을 때 적의 태도에 따라 재래식 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등 유연한 방법으로 대처하고, 전쟁의 확대를 피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유연반응 전략의 채택이 대량보복 전략을 대체한 것은 아니었다. 대량보복 전략이라는 대규모 핵공격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제한핵전쟁이라는 유연반응 전략을 보완적으로 구사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미국은 3월에 B-52, B-2, F-22 등 핵전략폭격기를 총동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량보복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시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4월 들어 미국은 ‘기만적 대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탈냉전 시대의 ‘유연반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하여 전면적 핵공격과 제한적 핵공격에 대한 정책을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대량보복전략은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 상황이었던 1961년 쿠바 미사일 사태를 불러왔다. 유연반응 전략을 채택한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베트남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였다.
미국의 대량보복전략과 유연반응전략으로 한반도는 지금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의 본질 이해하지 못하는 다양한 유언비어들

이같은 정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세간에는 다양한 비과학적 분석과 전망들이 나돌고 있다.
첫째, 이번 위기는 북한과 미국의 사전 교감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위 북한과 미국이 ‘짜고 고스톱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북미 양국이 대단히 격앙되어 있고 곧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것 같지만 결국 평화적으로 사태는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현재 진보진영에서 벌이는 반전평화투쟁은 과도한 혹은 비과학적 투쟁이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전쟁위기가 없는 데 무슨 반전평화투쟁이냐는 비아냥으로까지 나아간다.
이같은 주장에는 지난 해부터 미국에서 많은 사업가들 - 구글 회장의 방북이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 이 방북하여 IT 산업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해왔다는 점,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하지만 증권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점, 북한이 연일 날선 언어를 내세워 위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평양 시내의 분위기가 평온하다는 점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북미 양국의 ‘짜고 치는 고스톱’의 결과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못하고 있다. 결국 다시 과거의 비핵화 회담으로 돌아가는 것에 북한이 합의했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핵군축 평화회담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는 것인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화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법령까지 제정한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한다.
둘째, 북한은 미국과 전면전을 치룰 만한 의지와 능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김정은 체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는 성과를 챙긴다면 북한의 무력시위는 중단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 역시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의 국제적 위상 제고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이 요구하는 유일한 국제적 위상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고 새로운 차원의 한반도 평화 회담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적대국가의 핵보유국을 인정했던, 지금까지의 유일한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다섯 번째 핵보유국임을 과시하였다. 그 후 10년이 채 안된 1971년 미국과 중국 양국은 핑퐁외교를 통해 관계정상화를 모색했으며, 1979년 국교를 수립하였다. 그 결과 그 전까지 유엔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갖고 있었던 대만은 유엔회원국 지위를 박탈당했고 그 자리에 중국이 들어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적대국가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적대국가를 핵보유국으로 공인한다는 것은 시간의 문제는 다시 논의될 수 있겠지만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를 의미한다. 관계정상화는 그 전까지의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의 국제적 지위 상승에서 이것만한 것이 있는가?
셋째, 오바마 행정부는 계속 북미 대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의 호전적인 군부세력들이 한반도 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게 대화를 제의해야 하며 그래야 북한 내에 군부세력들이 고립되고 북한 내 유화론자들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20년간의 북미 대결 속에서 항상 제기되었던 주장이었고 항상 들어맞지 않는 주장이기도 했다. 20년간의 북미 대결 속에서 북한의 대미 외교를 주도했던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후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다. ‘호전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군부도, ‘유화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외교부도 모두 김정일, 김정은 두 최고지도자에 ‘위임’에 의해 움직인다. 대화에 대한 결정을 외교부가 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에 대한 결정을 군부가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북한 내에도 ‘강경파’, ‘대화파’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북한의 의사결정 체계는 최고지도자가 다양한 의사를 총화하고 ‘인민의 의사에 의거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미 대결 과정에서 긴장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을 때였지, 군부를 고립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이같은 주장이 갖는 허구성은 최근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와 북의 거부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4월 11일 통일부장관과 박근혜 대통령이 북에 대화를 제의했고, 다음날 12일 켈리 미 국무장관이 와서 다시 북에 대화를 제의했다. 11일과 12일 그리고 13일 북에서는 기존의 ‘호전적인 발언’을 자제했다. 한미 양국의 대화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내부 조율 과정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즉 호전적인 군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를 묵살하기 위해서라도 호전적인 군부는 더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야 했다. 그래야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에 북의 ‘유화파’들이 호응하자는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내부 논의 과정을 통해 4월 14일 대화 제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것도 북한 군부가 아닌 조평통이 나서서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잘못된 주장과 분석들은 북한 체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현 위기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현 정세를 과학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유언비어일 뿐이다.

북미 핵대결 1라운드 결산: 실패한 미국의 대량보복 전략

최근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는 북미 핵대결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3월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던 1라운드는 명백히 북한의 정치군사적 승리였다. 북한은 ‘선제타격을 동반한 무력시위’로 미국을 압박했고, 미국은 이에 ‘대량보복 전략’으로 대응했다. 북미 양측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군사적 대결을 펼쳤다. 사실상의 ‘도상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량보복 전략은 1950년대 미국의 군사전략이었다. 소련의 핵무기 개발로 핵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미국은 소련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핵무기를 적재한 전략폭격기를 출동시켜 즉각 거대한 보복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키리졸브 훈련 당시 미국이 훈련 양상은 1950년대의 대량보복 전략을 북한을 상대로 펼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그런 까닭에 3월 한달은 북한의 선제타격 전략과 미국의 대량보복 전략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도상전쟁의 시작
- 3월 5일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

▲ 미국의 대응과 북한의 응전
- 미국, 3월 19일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
- 북한, 3월 20일 무인타격기와 지대공미사일 사격 훈련으로 응수하며 미국의 폭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과시.
- 북한, 3월 21일 “B-52가 이륙하는 괌의 앤더스 공군기지와 핵잠수함이 발진하는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의 해군기지도 정밀타격 수단의 타격권 안에 있다”고 경고

- 미국, 3월 22일 ‘한미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에 서명함으로써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북한의 ‘국지도발’에도 주한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일미군 및 미 태평양사령부의 전력을 투입할 것을 확약.
- 북한, 3월 25일 동해에서 상륙 및 반상륙(상륙 저지) 훈련을 실시
- 북한, 3월 26일 군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모든 전략로켓군부대와 모든 야전포병군집단들에게 1호전투근무태세’를 명령함으로써 이에 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
- 북한 3월 26일 한반도에 핵전쟁 상황이 조성되고 있음을 유엔 안보리에 통고
- 북한 3월 27일 개성공단 출입경과 관련한 서해지역 남북 군통신선 단절

- 미국, 3월 28일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를 한반도로 출격.
- 북한, 3월 29일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임무에 관한 작전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전략 로켓군의 사격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을 지시
-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은 기정사실로 됐다”는 제하의 기사
- 미 동부 워싱턴, 중부 콜로라도주의 군기지, 서부 캘리포니아의 군기지, 하와이 등으로 추정되는 지점까지 타격 화살표가 그려진 ‘전략군미본토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의 작전도까지 공개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화.

- 미국, 3월 31일 현존하는 최고의 전략폭격기라고 일컬어지는 F-22 스텔스 폭격기까지 출격. 주한미군이 4월 1일 이와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
- 북한, 4월 4일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 ‘핵타격작전’이 최종검토되어 비준받은 상태임을 미 백악관과 국방부에 통고.
- 북한, 4월 5일 북한 주재 외교단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10일까지 철수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구.
- 북한, KN-08, KN-02, 노동미사일, 스커드 미사일 등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와 핵실험 준비를 언론에 노출시키면서 미국의 정보망을 뒤흔듦.
- 박근혜 정부 내에서 핵실험 여부에 대한 엇갈린 정보분석 난맥상 노출.
- 일본, 수 차례 북한 미사일 발사 오보 사건 발생
- 한미일 삼국의 정보 체계를 무력화됨.

이같은 대응와 응전 속에 미국은 자신들이 전개했던 모든 무기체계들이 북한의 대응타격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대량보복 전략을 유연대응 전략으로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3월 7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ICBM ‘미니트먼 3’의 시험 발사를 연기한 것이다. 또한 미 해군이 타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인 ‘SBX-1'(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와 미사일 장착 구축함을 북한 인근 해안에 투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마자 부랴부랴 브리핑을 자청해 이들 무기체계들이 북한 인근이 아닌 태평양에서 ’통상적인 정찰활동‘을 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부인하기까지 이르렀다.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북미 핵대결: 유연대응 전략으로 선회한 미국

북한과의 도상전쟁이었던 1라운드에서 성공을 하지 못한 미국은 ‘기만적 대화 전술’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3월 2~5일 동안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은 ‘북미 대화 거부, 남북 대화 지지’ 입장을 표명하였다. 즉 남측 정부를 내세워 한반도 위기를 모면해보자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유연대응 전략이라 명명할 수 있다. ‘기만적 대화 전술’은 대북 유연대응 전략의 구체적 형태라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유연대응 전략은 3월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외무장관에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켈리는 북한이 도발을 멈춘다면 9.19 공동성명 채택 시점으로 돌아가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북미 양자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피력했다. 일면 진전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켈리의 제안은 과거 오바마 1기 시절의 접근법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오바마 1기에서 북미 양국은, 비록 공식적인 문서상으로 확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같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에 합의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2012년 2.29 합의였다. 그러나 켈리가 밝힌 9.19 공동선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논의’이다. 이는 말로는 대화를 외치면서 사실상 북한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북한은 4월 14일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거부했지만 결국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북한의 무력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북한에게 있어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는 ‘교활한 책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 북한은 비핵화 회담에 나와야 한다, 북한은 도발을 중단해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대화 제의는 결국 대화 제의가 아니라 대화 거부 선언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의 ‘선제 타격을 동반한 무력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번 대결은 새로운 평화 회담을 요구하는 북한과 그것을 거부하고 기존의 비핵화 회담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미 양국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해서 미국이 다시 1단계에서의 대량보복 전략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다. 서울 방문을 마치고 중국을 방문한 켈리 국무장관은 중국 지도부를 만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했다. 북한과의 도상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자신의 군사적 대응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응할 상황도 아니다. 필자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기만적 대화 전술’이라는 유연대응 전략을 계속 구사하면서 은밀한 군사적 대응 기조를 꾸준하게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사일 방어 체제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동맹국을 겨냥할 경우 요격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일본 역시 자신의 영토로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요격하겠다며 북한 미사일 파괴조치 명령을 내려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사소한 도발에도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 양국이 대화를 제의했다고 해서 현 위기 상황이 해소된 것은 결코 아니다. 현 위기의 해소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거나 북한의 자신의 요구를 철회했을 때 즉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 할 것이고, 한미일 3국은 미사일 요격 체제를 발동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요격 행위 자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할 것이다. 한미일 삼국의 요격행위는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촉발점이 될 것이다.

더욱 첨예한 군사적 대결이 펼쳐질 북미 핵대결 2라운드

미국이 ‘기만적 대화 전술’로 선회하고 있는 북미 핵대결 2라운드는 1라운드보다 군사적 대결이 완화될 것인가 더욱 첨예화될 것인가가 관건적 문제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2라운드는 더욱 첨예한 군사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미국이 대량보복 전략을 채택하건 유연대응 전략인 ‘기만적 대화 전술’을 채택하건 북한의 전략은 변함이 없다.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거부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연반응 전략으로 선회한 미국은 군사적 대응을 자제할 것인가. 표면적으로는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다. 북한과의 직접적 군사적 대결을 회피하려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그것은 북한과의 직접적 대결에 대한 부담 때문이지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1960년대의 유연대응 전략은 당시 미국의 국방장관 맥나마라에 의해 채택되었는데, 맥나마라는 이같은 정책을 위해 미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핵보복을 하겠다는 위협을 실행할 의사이다. 또 하나는 핵보복을 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다. 당시 채택된 이같은 미국의 정책은 지금도 미국의 ‘확장억지’(즉 핵우산) 정책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북미 핵대결 2라운드에서 미국이 채택한 유연대응 전략의 본질이다. 이미 미국은 지구상 최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핵정책은 ‘실행할 의사’를 분명히 갖고 있다. 설령 대북 군사 전략이 대량보복 전략에서 유연대응 전략으로 그 구체적 실행 계획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북한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명백한 의사와 능력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미국의 핵정책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1960년대 유연대응 전략을 채택했지만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베트남을 침공했던 역사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설령 미국이 북한과의 당장의 군사적 전면적 대결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이 대결 국면의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 2라운드 정세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즉 미국이 북한과의 실질적 대화에 착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타격 전략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기존의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매뉴얼이라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요격 미사일로 대응하고,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에 국제적 제재로 대응하고, 북한의 핵확산 전략에 해상봉쇄로 대응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요격 행위는 전쟁이라고 선포했으며, 제재와 해상봉쇄는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군사적 대결 양상은 1라운드나 2라운드나 변함이 없는 것이다.
정세가 격화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요소가 몇 개 있다. 그 요소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쟁 유혹을 더욱 부추기는 ‘전쟁 촉진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북한관련 국방예산의 증액과 군산복합체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 체계가 그것이다.
이미 미 국방부는 총 국방예산을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대응 관련한 국방예산은 오히려 늘리고 있다. 비근한 예로 미사일방어 예산은 전년에 비해 5억 달러 줄어 들었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달면서 해상기반 MD 관련 예산은 1억 달러가 증액되었다. 예산안 설명 자료 서문에서는 “북한, 이란, 국제테러리즘 등 잠재적인 적들로부터의 위협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함으로써 미국의 주적으로 북한을 맨 앞에 등장시켰다. 또한 미 국방부는 “시퀘스터(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로 여러 부문의 예산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한국 방어를 비롯한 전진 배치용 예산에는 예외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 역시 미국의 무력 대응을 부추길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미국의 주에 미국 무기 공장이 존재한다. 무기 생산의 감축이나 중단은 일자리 축소를 의미한다. 미국의 무기 생산은 곧 일자리라는 등식이 미국 정가를 지배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다시 미국에서 반전 시위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경험이 있다. 그같은 경험 속에서 베트남 전쟁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제2의 한국전쟁 발발에 대해 미국 내에 반전 여론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전쟁이 터지고 나서의 문제이다. 전쟁이 발발하여 실질적인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미국을 지배하는 군산복합 네트워크는 전쟁을 부르는 ‘호각 소리’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군산복합 네트워크의 ‘호각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정치가 군산복합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것인데, 앞서 지적했듯이 오바마 정부와 미 의회는 이같은 ‘전쟁 호각 소리’를 멈추려는 의지가 없다. 그것은 곧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즉 북한에게 굴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삼각 동맹 체계 역시 전쟁의 호각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극단적인 보수 세력이 집권하고 있다. 이들은 설령 엄청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나더라도 북한의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사고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같은 위험한 사고에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미국에게 있다. 그러나 미국은 ‘태평양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일환으로 오바마 1기 정부에서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한일 양국에 종용한 바 있다. 따라서 한미일 삼국 동맹 체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오바마 정부는 한일 보수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다. 결국 한미일 삼각 동맹 체계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장치가 아니라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도록 하는 장치로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이들은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맹신이 있다. 그리고 북한은 결코 전면전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다. 이같은 맹신과 오판 속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자기의 계획대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요격을 시도할 것이다. 이들의 요격 행위는 발사대기상태에 있는 북한의 전략미사일 부대와 야전포병군집단의 대대적인 사격로 이어지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새로운 단계의 반전평화 투쟁을 적극화하자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표면적으로 한미 양국이 대화를 제의했고, 북한이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들은 한미 양국의 ‘평화성’과 북한의 ‘호전성’을 대비시켜 여론을 조작해 나갈 것이다. ‘대화 재개, 특사 파견’을 중심 구호로 투쟁을 전개했던 진보진영, 평화애호진영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쟁이 임박한 한반도 상황에서 반전평화 투쟁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다. 오히려 반전평화 투쟁을 더욱 대중화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한국의 진보진영, 평화운동 진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미 핵대결의 2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는 현 상황은 새로운 차원의 반전평화 투쟁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첫째, 당면한 정세의 본질을 명확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의 대응 전략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핵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세는 더욱 엄중해졌으며 유연반응 전략으로 선회한 미국은 ‘기만적 대화 전술’을 구사하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꾀함과 동시에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 갈 것이다.
4월 12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제시되었던 ‘기만적 대화 전술’은 그 다음날 중국에서 진행된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그 본질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 베이징에 도착한 켈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위협이 사라지면 이 지역에 배치된 미사일방어(MD)망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행동에 중국이 미국과 공조하여 북한을 압박한다면 MD를 축소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이는 북한과 중국의 전략적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고도의 기만술이다. 중국이 이같은 미국의 기만책에 넘어갈지 말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의 본질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화제의가 갖는 기만성과 교활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둘째,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구호를 전면에 제기해야 한다. “기만적 대화 제의로 평화회담 거부하는 미국을 규탄한다”, “한미 양국은 조건없는 즉각적인 대북 대화에 착수하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미국의 태도변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다’는 여론을 확산시켜야 한다.
셋째, 모든 반전평화 애호 세력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종북 탄압’은 자주민주통일 세력에게 집중될 것이다. 따라서 자주민주통일세력은 그 외의 다른 평화애호 단체들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반전평화투쟁을 더욱 확산시키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새벽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듯이, 북미 핵대결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시대는 머지않아 열릴 것이다. 승리의 낙관적 신심을 갖고 대중투쟁에 더욱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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