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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정치신문 95호(통합107호) 노동자 목을 죄어 자본을 부양하라!― 박근혜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의 성격

by 전국노동자정치협회 posted May 03, 2013
노동자정치신문 95호(통합107호)이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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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통합107호)] <대표기사>


노동자 목을 죄어 자본을 부양하라!― 박근혜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의 성격


2007년 말 발발한 세계 대공황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갈 정도, 아니 그 이상이라는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전 세계를 공황의 늪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지배계급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 세계의 크고 작은 수많은 자본이 파산하고, 또 파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자본을 지탱하고 있던 국가마저 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 세계적 공황이 한날한시에 모든 자본, 모든 국가를 끝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공황기 동안에도 일시적 회복 국면을 맞이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더 심각하게 곤두박질치는 국가도 있다. 물론 일시적 회복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에 의해 공황의 심화 정도를 누그러뜨리거나 폭발시기를 잠시 유예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부채위기라는 새로운 위기를 재촉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가 간, 산업 간, 자본 간 저마다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 위기의 추세 속에서는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있고 치솟은 실업률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위기보다 훨씬 더 한 위기를 겪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 역시 주체역량에 따라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격화되는 추세 속에 있다. 자본의 위기, 경제의 위기가 정치의 위기, 체제의 위기로 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 역시 중간에 회복 국면이 있었고 자본 마다 위기 정도가 다르지만 전반적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독점 자본은 이러한 위기를 노동자 민중한테 전가하여 공황 국면에서 살아남으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리해고, 임금저하, 노동강도 강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등 강력한 구조조정 공세를 펴고 있고, 소자본의 영역이었던 골목상권까지 악착 같이 파고들어 소상공인을 내쫓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 초기 폭발했던 공황의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다시 바닥을 기고 있고 실업률은 급등하였다. 위축된 소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있다. 공황 양상이 재현되는 만큼 정부의 공황 구제책도 사실상 똑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총 80조원이 넘는 ‘부자감세’를 통해,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 그리고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때려잡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가까스로 버텨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 지금 자본이 처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 역시 19조 3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예산안)을 제출했다. 이는 2009년, 30조원에 달하는 이명박 정부의 ‘수퍼추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추경예산안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배경에서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기획재정부, 『2013 추가경정예산안』, 2013.04)되고 있다고 직접 밝히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 편성은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공황구제를 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추경예산안의 세부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추경예산안의 규모만으로도 현재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저들 지배계급이 현재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공황구제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검토하고, 현재의 경제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해보자.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의 반인민적 성격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13년 추가경정예산안』(2013.04) 자료에 의하면, 정부는 19조 3천억 원(17조 3천억 원 + 국회의 의결 없이 정부가 자체 변경할 수 있는 기금액 2조원)에 이르는 재정을 추가로 편성하여, 이 중 12조원을 세입결손 보전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7조 3천억 원을 세출확대에 사용하기로 했다. 세입결손 12조원은 세입감소분 6조원과 세외수입 감소분 6조원(이미 세입에는 산정되어 있으나 산업은행, 기업은행 지분매각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한 감소분)으로, 2013년 예상 세입에 따른 결손분을 보전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따라서 실제 ‘추가로’ 예산 편성된 재정은 7조 3천억 원이다. 이중 ‘일자리 확충 및 민생안정’에 3조원을, ‘중소?수출기업 지원’에 1조 3천억 원을,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방재정 지원’에 3조원을 각각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5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추경예산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몇 가지 ‘방안’을 중심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일자리 확충 방안을 살펴보자. 일자리를 확충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이 노동자 민중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확충’ 방안에서 “민간 고용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맞춤 형 일자리” 5만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찰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용센터 직업상담사 등 공공부문 채용을 확대하는 방안, 돌봄서비스 일자리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 저소득층인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특화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창업지원, 취업지원, 직업 상담 훈련 교육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기획재정부, 『2013년 추가경정예산안』,2013.04) 그러나 국회예산처가 제출한 『201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2013.04) 자료에 의하면, 일자리 5만개를 확충하는데 지원할 재정이 겨우 4,236억 원(예산+기금)으로 세출 확대액(7조 3천억 원)의 5.8%에 불과하다. 결국 이 예산으로는 공공근로 형태의 임시직이나 기간제, 저임금 노동 등의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거나 취업 지원, 교육 등의 ‘생색내기’ 사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제 공공부문(이중 고용노동부의 고용센터 직업상담사는 무기계약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접 일자리 제공 사업은 3개월에서 12개월까지 단기, 임시직, 저임금 일자리로 채워져 있다. 특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실업 문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등 현안 문제는 팽개친 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기만이고, ‘일자리 확충’ 방안의 본질이 노동자 민중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워보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자. 박근혜 정부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추경 1조 4,512억 원, 출처: 국회예산처 분석 자료)를 위해 (고속)도로 정비?개선 사업, 하수 시설 정비?개선 사업, 철도, 항만 시설 정비?개선 등 주로 SOC사업을 주요한 계획으로 제출하고 있다.(기획재정부, 『2013년 추가경정예산안』, 2013.04) 국회예산처가 제출하고 있는 『201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2013.04) 자료에도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지역경제 활성화 추경예산안에서 건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업 기준으로 95.5%, 재정규모로는 95.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명백하게 건설자본을 지탱하기 위한 공황구제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규모나 대상이 다를 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성질상 동일한 것이다. 이 점은 국회예산처 역시 인정하고 있다. 국회예산처는 분석 자료에서 “정부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건설사업에 집중적으로 추경을 편성한 이유는 지역경제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건설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건설업에 대한 투자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목적임을 전제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건설자본을 살리기 위한 계획임을 알 수 있다.

‘지방재정 지원’ 방안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이 갖는 공황구제적 성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자체에 “2013년 취득세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보전”(기획재정부, 『2013년 추가경정예산안』, 2013.04)하기 위해 1조 2,640억원(출처: 국회예산처 분석 자료)의 예비비를 증액하고 있다. 즉, 이는 이명박 정부 이래 시행되어 온 취득세 감면조치가 6개월 더 연장됨에 따라 부족해질 지방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추가로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대책(『4.1 부동산 대책』: 추가 취득세 감면, 양도세 감면 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으로 내놓은 취득세 감면조치로 인해 발생할 세수의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세금감면조치를 통해 건설자본을 살리겠다는 것이고, 부족한 세금을 국민들에게 부담지우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추경예산안의 반인민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재원 확보 방안이다. 박근혜 정부는 추경예산안 중 총 15조 8천억 원을 국채발행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증세 혹은 감세조치 중단이 아닌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그 부담은 전적으로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세수부족분 6조원만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시행해 온 감세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하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추경예산안 편성 목적이, 파급 효과가 큰 건설자본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전체 자본의 파산 도미노를 막기 위한 공황구제에 있다고 한다면, 결국 국채 발행 계획은 쓰러져 가는 자본을 살리는 것까지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추경예산안의 대부분은 토목사업, SOC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이 공황구제를 위한, 직접적으로 건설자본을 살려 경제위기로부터 자본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4대강 사업이나 2009년의 ‘수퍼추경’에 비해 규모만 작아졌을 뿐 동일선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을 살리는데 필요한 재원은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빚을 지움으로써 마련하려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은 철저하게 반인민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채발행과 국가의 재정 위기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추경예산안을 편성하고 재정을 투여하더라도 현재의 경제위기가 극복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삽질 예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려 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은 물론 전국 수백 곳을 재개발, 뉴타운이라는 명목으로 ‘헐었다 세웠다’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극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또 다시 추락할 것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야 말로 그동안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무너지는 자본을 살려내고 위기를 탈출하려 했지만, 또 다시 양적완화(아시아경제, BOA "연준 양적완화 규모 확대할 수 있다", 2013.04.26)를 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더 심각하게는 국가 재정 위기를 초래해 국가 부도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키프러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의 남부국가를 중심으로 발생한 심각한 국가 재정 위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가 추경예산안 재정 마련 방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국채발행 계획은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국채발행이 결국에는 국민들에게 ‘빚 폭탄’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07년 당시 한국의 부채 규모는 약300조원(GDP 대비 30.7%)이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5년 동안 무려 165조원의 부채가 증가했고 GDP 대비 비율도 4%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이 추가되면 부채규모는 480조원 이상이 되고 GDP 대비 비율 역시 36%를 넘기게 된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전망치로 제시했던 2015년의 예상 부채규모(481.2조)를 출범하자마자 달성하는 꼴이다.(기획재정부, 『국가채무추이』, 2013) 여기에 공기업 부채(2012년 약393조. 한국경제, ‘공기업 부채, 국가채무 규모로 불어나…400조 육박’, 2013.04.21)와 지방공기업 부채, 지방 채무를 포함하면 총 부채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늘어난다. 그야말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정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쓰러져 가는 자본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빚을 지우면서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가 재정 적자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

자본주의 이래(국가 자체가 계급사회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계급사회 전체를 통틀어 국가의 본질은 언제나 지배계급의 국가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국가는 방식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나 경제에 개입해 왔다. ‘자유방임’ 운운했던 자유경쟁자본주의 단계에서조차 직?간접적으로 경제에 개입해 왔다. 상품 유통에 필요한 제도들을 창출(도량형, 언어의 통일 등)하고 농촌에서 올라온 ‘예비’ 노동자들을 공장에 쑤셔 넣었던 것(구빈법), 식민지 ‘개척’,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무력으로 분쇄했던 것도 국가였다. 특히 독점자본주의를 경제적 토대로 하는 제국주의 시대를 들여다보면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국가는 언제나 노동자 민중이 아닌 자본을, 그리고 독점자본주의 단계에 와서는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해 왔던 것이다. 사회로부터 떨어져 마치 ‘중립적 존재’, ‘공공선’인 것처럼 보이는 국가가 사실은 언제나 자본의 이해를 대변해왔던 것이다.

“현대 국가 역시 부르주아 사회가 노동자나 개별 자본가의 침해로부터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의 일반적인 외적 조건들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조직일 뿐이다. 그 형태가 어떠하건 간에 현대 국가는 본질적으로 자본가들의 기관, 자본가들의 국가, 관념상의 총자본가이다.”(엥겔스, 「오이겐 뒤링 씨의 과학 변혁(반-뒤링)」, 1878. 『맑스-엥겔스 저작 선집』 5권, p.307)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의 격화에 직면하면서 국가 개입은 보다 전면화 된다. 국가가 직접 경제적 재생산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위험해질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국가의 전면적 개입은, 미국에서는 이른바 뉴딜정책으로, 독일에서는 나찌즘 체제의 성립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유효수요 이론’이라고 하는 케인즈주의이다. 자본주의 국가는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하여 공황의 파국을 경감시키거나 뒤로 미루고 경제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위기, 즉 공황에 대응해 온 것이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통화주의, 시카고학파) 역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구체적인 실천의 하나, 즉 케인즈주의의 (극)우파적 형태일 뿐 전혀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국가 개입 배제’, ‘규제 완화’를 경전처럼 외워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관적인 바람일 뿐, 전혀 실현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정반대로 국가가 경제적 재생산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에 국가가 경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수단 중 대표적인 것이 재정이다. 국가 재정을 투여하여 수요를 창출하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파산한 기업을 직접 국가가 인수하거나, 4대강 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공황구제에 나서는 것이다. 국가가 공황구제에 투여하는 재정의 규모는 공황의 ‘심각한 정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2008년 이후 미국이 자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재정 규모만큼 200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세계 대공황의 심각한 정도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이렇게 국가가 막대한 재정을 투여해 경제에 개입함으로써 자본의 위기가 이제는 경제적 재생산과정에 직접, 전면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국가의 재정 파산 위기로 전화된다. 따라서 자본가 국가는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경기부양에 나서는 한편 극심해지는 부채위기를 막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긴축을 실시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경기부양은 오로지 독점자본 구제책으로 나타나고 반대로 노동자 민중에게는 긴축이라는 공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독점자본을 구제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지만 독점자본을 구제한다는 본질에 있어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는 하나의 동전의 앞뒷면에 불과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추경예산안의 재정확보 방안인 국채발행 계획에 대해 많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국가 재정 위기’ 운운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더 늘려야’한다는 야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19조 3천억 원에 제한한 것도, 국채발행을 15조 8천억 원에 제한한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너무나 많은 국가 부채, 재정 적자를 누적시켜 왔기 때문에 ‘마음대로’ 추경예산을 편성했다가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번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 편성은 이명박 정부 당시 누적적으로 증가한 국가 부채로 인해 재정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실시하는 것이니만큼 국가 재정위기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 운용 폭은 좁을 수밖에 없고 재정 위기와 안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대로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위기가 계속된다면, 나아가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계속해서 추락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추경예산으로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더욱 큰 규모의 추경예산을 투여해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설사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러하듯 일시적인 회복은 더욱 심각한 위기를 예비하는 ‘회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러한 재정 위기에 처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정권 차원의 위기를 넘어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국가’의 위기,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가 될 것이고, 결국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존망이 걸린 위기가 될 것이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노동자 민중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전망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생존권적 요구를 걸고 박근혜 정부와 싸우자!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박근혜 정부의 추경예산안 편성은, 그것의 규모로 보나 반인민적 성격으로 보나, 현재의 경제위기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자본의 위기가 언제든 국가 재정 위기로 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위기가 계속된다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것은 유럽의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예를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역시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편으로는 자본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 적자 누적을 불사하면서까지 국가 재정을 투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 발행을 통해 국민들에게 빚을 지우고, 이와 동시에 노동자 민중에 대한 ‘긴축정책’을 통해 재정 적자를 메우려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편성은 자본을 부양하는 독점자본 살리기이지만, 노동자 민중에게는 긴축을 강요하는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부채의 증가를 복지확대와 공기업의 ‘방만경영’, ‘비효율성’ 탓으로 돌리면서 사유화를 진행하고 노동자 임금삭감과 복지 삭감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이번 추경예산안의 일자리 창출 방안과 같은 생색내기, 임시방편을 통해서 취약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된 노동자 등 ‘저항할 수 있는 세력’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을 가해올 것이다. 대한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짓밟은 것을 비롯하여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박근혜 정부의 공격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최근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년 60세 연장안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임금을 저하시키려는 구조조정의 의도가 깔려 있다.

공황으로부터 가장 큰 위기를 겪는 것은 노동자 민중이다. 넘쳐나는 실업과 불안정 노동, 빈곤, 빚더미에 나앉은 농민, 하루가 다르게 몰락해 가는 소상공인 등 경제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노동자 민중의 삶도 파괴되고 있다. 959조원(2012년 말 기준, 한국은행, 2013.04.24.)을 넘은 가계부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자살’ 소식이 노동자 민중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자 민중의 처지가 이러한데도 박근혜 정부는 자본을 살리기 위해 ‘빚 폭탄’을 떠넘기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자본과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 거리에서, 공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엄호하는 것을 시작으로, 무너진 투쟁전선을 복원하고 전체 노동자 민중이 단결하여 단일한 대오로 싸워나가야 한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에 맞서, 복지축소와 공공성 파괴에 맞서,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그리고 핵참화를 초래할 제국주의 전쟁 책동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요구를 걸고 저들 지배계급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고양되는 것에 비례하여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자본의 위기 또한 깊어질 것이다. 이제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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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6 [성명] 대북전단살포는 불지르고 폭탄 던지는 격이다 file 2013.05.04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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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2 [6.15공동선언실천 대경본부] 한반도평화염원 대구시민걷기대회 & 평화풍선나누기-5.4(토)오후2시/두류공원야외음악당 2013.04.30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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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9 [성명서] 진주의료원 폐업결정 한 달간 유보? 국민들 눈 가리려 꼼수 부리지 말고 진주의료원 폐업 즉각 철회하라! file 2013.04.25 799
6138 [주간통신 23호] 2013.4.19 4/18 투쟁의 힘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조례, 본회의 상정 무산시켜 file 2013.04.19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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